야경 (The Night Watch)
렘브란트 반 레인 (Rembrandt van Rijn)
##관계와사랑 #신화와상징 #감미롭고따뜻함 #사실적묘사 #관찰자적시선
국가: 네덜란드
소장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익스 미술관
감상 포인트
빛과 어둠의 주인공: 렘브란트는 '빛의 마술사'였습니다. 그림의 가장 밝은 부분에 시선을 집중해 보세요. 검은 옷에 붉은 띠를 두른 대장 '프란스 반닝 코크'와 그의 옆에서 노란 옷을 입고 화려하게 빛나는 부대장 '빌럼 반 로이텐뷔르흐'가 보일 겁니다. 렘브란트는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을 사용해 이 두 사람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리를 찾아서: 이 그림은 조용하지 않습니다. 왼쪽에서는 한 병사가 총에 화약을 넣고 있고, 중앙 뒤편에서는 다른 병사가 총을 쏘고 있으며, 오른쪽에서는 소년이 북을 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외침, 깃발 펄럭이는 소리, 짖는 개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지 않나요?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상상하며 감상하면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수수께끼의 소녀: 소란스러운 남자들 사이에서 유독 환하게 빛나는 소녀를 찾아보세요. 허리춤에 닭을 거꾸로 매달고 있는 이 소녀는 누구일까요? 그녀의 정체는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매달고 있는 닭의 발톱(네덜란드어로 'klauw')은 이 민병대의 이름인 '클로베니르스(Kloveniers)'를 상징하는 일종의 마스코트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어둠 속에서 희망처럼 빛나는 소녀는 이 그림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입니다.
숨은 그림 찾기: 렘브란트는 이 그림 속에 자신의 얼굴을 몰래 그려 넣었습니다. 중앙의 대장과 깃발을 든 병사 사이, 뒤쪽에서 빼꼼히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이 바로 렘브란트 자신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화가로서, 그 현장에 자신도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재치 있는 서명인 셈이죠.
주문을 받은 화가, 규칙을 파괴하다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세계 무역의 중심지로, 부와 활기가 넘쳐나는 도시였습니다. 이 도시의 가장 성공한 화가, 렘브란트에게 어느 날 특별한 주문이 들어옵니다. '암스테르담 사수 조합(민병대)'의 대원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회관을 장식할 집단 초상화를 의뢰한 것이죠. 당시 부유한 시민들에게 민병대 활동은 자신의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중요한 사교 활동이었고, 그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의뢰인들은 당연히 기대했을 겁니다. 자신들이 낸 돈만큼, 그림에서도 멋지고 뚜렷하게 그려지기를 말이죠. 당시의 집단 초상화란, 마치 우리가 단체 사진을 찍듯 인물들을 한 줄로 보기 좋게 나열하고 모두의 얼굴이 잘 보이게 그리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하지만 렘브란트는 그 따분한 규칙을 완전히 파괴해버렸습니다. 그는 돈을 낸 의뢰인들을 그저 나열하는 대신, 실제 민병대가 출동 준비를 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 한 편의 역사 드라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더 이상 정지된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 무기를 손질하고, 명령을 외치고, 북을 치며 살아 움직이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 때문에 그림의 제목부터 오해를 받게 됩니다.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과 빌럼 반 로이텐뷔르흐 부대장의 민병대> 라는 긴 이름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림 위에 칠해진 니스(varnish)가 검게 변색되면서 마치 밤 풍경처럼 보이게 되었죠. 그래서 19세기에 와서야 <야경(The Night Watch)>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 그림은 환한 대낮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렘브란트의 이런 파격적인 연출에 모든 의뢰인이 만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돈을 냈는데도 누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고, 누구는 어둠 속에 묻혀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죠. 이 그림이 완성된 1642년은 공교롭게도 그가 사랑했던 아내 사스키아가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합니다. 이 그림을 기점으로 그의 명성과 인기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야경>은 그 자체로 수많은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이었지만, 암스테르담 시청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출입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왼쪽과 윗부분이 무참히 잘려나가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또한 역사상 여러 차례 정신이상자에게 칼로 훼손당하거나 산성 물질 테러를 당하는 등 험난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매번 복원되어 우리 앞에 다시 서 있습니다.
<야경>은 단순히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가 아닙니다. 한 시대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와 한 천재 화가의 혁신적인 예술혼, 그리고 그 그림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위대한 걸작입니다. 렘브란트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위대한 예술이란, 정지된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멈춰있는 캔버스 위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임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