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최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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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이 없는 '광장'과, 사회와 단절된 '밀실'. 그 어디에도 온전한 인간이 설 자리는 없었다." 최인훈의 『광장』은 바로 그 온전한 삶의 터전을 찾아 남과 북, 그리고 제3국을 헤맸던 한 지식인의 비극적인 영혼의 기록입니다.
해방 후 서울. 철학과 학생인 '이명준'의 눈에 비친 남한 사회는 부패와 탐욕으로 가득 찬 '밀실'의 공간일 뿐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만을 추구할 뿐, 정의로운 소통과 참여가 이루어지는 진정한 '광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연인 윤애와의 사랑 속에서 잠시나마 자신만의 '밀실'에 안주하려 하지만, 사회 전체의 부조리 앞에서 느끼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환멸은 깊어만 갑니다. 결국 월북한 아버지가 빌미가 되어 경찰의 혹독한 조사를 받게 된 그는, 썩어버린 '밀실'의 남한을 등지고 이상적인 '광장'이 있으리라 믿었던 북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북한은 또 다른 절망의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자유로운 사랑과 같은 '밀실'은 철저히 거세된 채, 오직 당의 이념만이 존재하는 거대하고 획일적인 '광장'만이 강요되고 있었습니다. 그는 발레리나 은혜와의 사랑에서 위태로운 '밀실'을 찾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사회의 거대한 이념 앞에서 위협받습니다. 남쪽이 썩은 밀실의 사회였다면, 북쪽은 텅 빈 광장의 사회였을 뿐, 그 어디에도 인간다운 삶은 없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인민군 장교로 참전한 이명준은 전쟁의 참상 속에서 사랑하던 은혜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목격하게 됩니다. 이념이 만들어낸 광기는 그의 마지막 남은 '밀실'마저 잔인하게 파괴해버린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포로가 된 그는, 송환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행. 그것은 부패한 밀실과 텅 빈 광장, 양쪽 모두를 거부한 그의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중립국 인도로 향하는 배 '타고르호' 위에서, 이명준은 망망대해를 바라봅니다. 그의 눈에 바다 위를 나는 두 마리의 갈매기가 들어오고, 그는 그 모습에서 남쪽에 두고 온 윤애와 북에서 잃어버린 은혜의 환영을 봅니다. 그 순간 그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광장'과 '밀실'이 조화를 이루는 온전한 삶의 공간은 이 지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침내 그는 스스로 '푸른 광장'이라 명명한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집니다.
『광장』은 단순히 분단의 비극을 그린 소설을 넘어섭니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삶('밀실')과 건강한 공동체('광장')가 분리된 사회에서 한 지식인의 영혼이 어떻게 파멸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인 통찰입니다. 이명준의 마지막 선택은, 이념의 대립이 인간을 얼마나 소외시키는가에 대한 가장 아픈 고발이자, 우리에게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영원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 해당 작품(광장 )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