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박완서
#한국전쟁의상처 #죄의식과속죄 #자매와배신 #기억과위선 #슬프고무거움 #섬세하고날카로움
"한 사람에게는 생존의 온기가 되었던 그 겨울이, 다른 한 사람에게는 평생의 한으로 얼어붙었다면." 박완서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이 잔인한 아이러니를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한 인간의 영혼에 남긴 지울 수 없는 죄의 흔적을 파고드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 피난길에 오른 두 자매가 있었습니다. 똑똑하고 야무진 언니 '수지'와 어리고 순진한 동생 '수인'. 폭격이 쏟아지는 아비규환의 순간, 수지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본능에 사로잡혀 동생의 손을 뿌리치고 홀로 도망칩니다. 그 손을 놓는 찰나의 순간은, 두 자매의 운명을 영원히 갈라놓는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언니 수지는 부유한 의사의 아내가 되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전쟁 통에 동생을 '잃어버린'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를 하며, 자신의 비극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녀의 모든 부와 명예는 동생의 희생 위에 세워진 위선적인 성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수인이 기적처럼 그녀 앞에 나타납니다. 그러나 수인의 모습은 언니의 화려함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전쟁고아가 되어 온갖 험한 세상을 떠돌다 결국 미군 기지촌의 양공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니 수지는 기쁨 대신 경악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동생의 초라한 존재는 자신의 완벽한 세계를 위협하는 불편한 진실 그 자체였습니다. 그녀는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돈으로 입을 막고 거리를 두며 자신의 과거를 필사적으로 숨기려 합니다. 그녀가 베푸는 모든 동정은 진정한 속죄가 아닌,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이기심일 뿐이었습니다.
수인은 언니의 위선을 알면서도 차마 그녀를 원망하지 못합니다. 그저 잃어버렸던 가족의 온기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지만, 언니가 쌓아 올린 견고한 위선의 벽 앞에서 그녀의 순수한 바람은 번번이 좌절됩니다.
결국 수인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병을 안은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동생의 죽음 앞에서, 수지는 비로소 자신의 죄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평생 되뇌었던 '그해 겨울'이 왜 유독 '따뜻하게' 기억되었는지를. 그것은 동생이라는 짐을 벗어 던지고 홀로 살아남아 지금의 풍요를 누리게 된, 이기적인 생존자의 기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전쟁의 비극을 넘어, 인간 내면에 자리한 이기심과 자기기만의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기억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니냐고. 그리고 그 죄의 무게를 외면한 채, 과연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 해당 작품(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