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만원이다
이호철
#도시화와소외 #생존의몸부림 #익명성과고독 #상경과좌절 #시대의자화상 #씁쓸하고현실적임
"사람의 바다, 욕망의 용광로. 그곳에서 '나'는 이름 없는 점이 되었다."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는 꿈을 찾아 상경한 청년들의 눈을 통해, 1960년대 서울이라는 거대한 회색 정글의 민낯을 그린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시 보고서입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절, 주인공 '김'을 비롯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품고 서울로, 서울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기회의 땅이 아닌,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찬(만원, 滿員) 거대한 생존의 전쟁터였습니다.
이 소설에는 뚜렷한 주인공이나 중심 사건이 없습니다. 대신, 허름한 하숙집과 비좁은 셋방을 배경으로, 뿌리 뽑힌 채 서울에 던져진 다양한 인간 군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작가의 꿈을 꾸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문학청년, 대학을 나왔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냉소만 늘어가는 지식인, 가족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늘 빚에 쪼들리는 가장, 순수함을 잃고 도시의 생존법에 물들어가는 젊은 여인들까지.
그들은 서로에게 이웃이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경쟁자입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방 한 칸을 얻기 위해, 때로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서로를 속이고 이용해야 하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고향에서 지녔던 순수함과 인간적인 정은 사치일 뿐입니다. 그들에게 서울은 더 이상 꿈의 공간이 아니라,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서로의 고독을 외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거대한 감옥입니다.
'만원'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인구가 많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욕망으로 가득 차고, 불신으로 가득 차고, 소음으로 가득 차서, 더 이상 한 인간의 진실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주인공들은 이 질식할 것 같은 도시 속에서 점차 말수를 잃고, 표정을 잃고, 결국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립니다.
『서울은 만원이다』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화려한 구호가 막 시작되려던 시절, 그 기적의 동력이 되었지만 정작 그 혜택에서는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거대 도시 서울의 쓸쓸하고 불안한 원풍경(原風景)을 담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입니다.
※ 해당 작품(서울은 만원이다)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