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정래
#격동의역사 #산업화와개발 #민중의삶 #가족의운명 #시대의아픔 #장대하고서사적임
“폐허 위에서, 우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떻게 괴물이 된 세상을 온몸으로 살아냈는가.” 『태백산맥』이 이념의 비극을 그렸다면,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은 그 모든 것이 파괴된 땅 위에서 시작된, 우리 현대사의 가장 치열하고 역동적인 심장 박동에 대한 기록입니다.
전쟁이 휩쓸고 간 1950년대 후반. 가난과 절망만이 남은 땅에서 이야기는 유씨 집안의 형제, '유일번'과 '유일우'의 삶을 따라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삶은 곧 전쟁 이후 이 땅의 모든 아들과 딸들이 걸어야 했던 두 갈래의 길이었습니다.
형 '유일번'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향합니다. 그는 구두닦이, 공장 노동자, 건설 인부를 전전하며 70년대 대한민국 산업화의 가장 밑바닥을 온몸으로 살아냅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땀과 먼지 속에서, 평화시장 여공들의 재봉틀 소리 속에서, 중동 건설 현장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그는 조국 근대화의 눈부신 신화를 떠받친 이름 없는 주춧돌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화려한 구호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에 대한 가장 정직한 증언입니다.
동생 '유일우'는 형의 희생을 발판 삼아 대학에 갑니다. 그러나 그가 대학에서 마주한 조국은 부정과 부패, 군사독재의 폭압이었습니다. 그는 펜을 들고 거리로 나서며, 4.19 혁명, 5.16 쿠데타, 유신 독재,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민주주의를 짓밟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지식인의 양심이 됩니다. 그의 삶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꺼지지 않았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투쟁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소설은 이 두 형제의 삶을 축으로, 가난을 이기기 위해 몸부림쳤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거대한 강물처럼 엮어냅니다. 달러를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나야 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정치 깡패, 정보부원, 야학 교사, 그리고 재벌의 탄생까지. 소설의 무대는 공장에서 교실로, 청계천 판자촌에서 중동의 사막으로, 광주의 금남로까지 쉼 없이 확장되며 우리 현대사의 모든 풍경을 생생하게 복원해냅니다.
『한강』은 단순히 지나간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세계가 놀란 경제 성장의 기적 뒤에 어떤 희생과 고통이 있었는지를 묻는 거대한 질문입니다. 가난을 이기려는 몸부림과 독재에 맞선 저항이 어떻게 하나의 강물이 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뜨겁고도 아픈 서사시입니다. 작가는 쉼 없이 흘러온 한강의 물결처럼, 그 모든 영광과 상처를 끌어안고 여기까지 온 우리 모두의 역사를 이 작품 속에 장엄하게 새겨 넣었습니다.
※ 해당 작품(한강)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