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조정래
#격동의역사 #이념과인간 #민중의삶 #분단과비극 #장대하고서사적임 #슬프고무거움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하나의 민족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두 개의 이념으로 갈라졌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바로 그 비극의 서막, 1948년 여순사건부터 1953년 한국전쟁의 휴전까지, 역사의 소용돌이가 가장 거세게 휘몰아쳤던 전라남도 벌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우리 민족의 대서사시입니다.
해방된 조국. 그러나 벌교 땅에는 기쁨 대신 지주와 소작농, 좌익과 우익 간의 첨예한 갈등이 피어오릅니다. 한쪽에는 억압받던 민중의 해방을 꿈꾸는 남로당의 도당위원장 '염상진'과, 낫 대신 총을 들고 투쟁에 나서는 소작인 '하대치'가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친일의 과거를 숨기고 반공의 이름 아래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주와 경찰 세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편에도 온전히 서지 못한 채, 이성과 양심으로 이 비극적 시대를 고뇌하는 중도주의 지식인 '김범우'가 있습니다.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이념이라는 거대한 맷돌에 한 개인의 인간성이 어떻게 짓밟히고 마모되는지를 고통스럽게 목격하게 됩니다.
갈등은 마침내 1948년 '여순사건'을 기점으로 폭발합니다. 좌익 세력의 봉기는 군경의 무자비한 토벌로 진압되고, 살아남은 이들은 '빨치산'이 되어 지리산과 조계산의 깊은 골짜기로 숨어듭니다. 이때부터 소설의 무대는 벌교 읍내와 깊은 산속,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처절한 투쟁의 역사를 써 내려갑니다.
산속의 빨치산들은 굶주림과 추위,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인민공화국'이라는 이상을 향한 신념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습니다. 한편, 산 아래의 세상에서는 '빨갱이 가족'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보복과 감시라는 또 다른 지옥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무당 '소화'와 '들몰댁' 같은 여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이념의 광기 속에서도 결코 스러지지 않는 민초들의 한과 정을 대변합니다.
마침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쟁은 이들의 운명을 다시 한번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그러나 전쟁의 끝은 승리도, 해방도 아니었습니다. 기나긴 소모전 끝에 남은 것은 폐허가 된 땅과 수많은 죽음, 그리고 결코 넘을 수 없는 분단의 벽뿐이었습니다. 혁명을 꿈꿨던 이들은 토벌대의 총구 앞에서 스러져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어 갑니다.
『태백산맥』은 단순히 좌우 이념 대립을 그린 역사 소설이 아닙니다. 이것은 '해방'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 민족이 왜 서로를 죽여야만 했는지, 그 비극의 뿌리를 파헤치는 치열한 질문입니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민초들의 피와 눈물을 통해, 작가는 이념이 인간 위에 군림할 때 역사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장엄하고도 비통한 필치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 해당 작품(태백산맥 )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