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이문구
#향토와그리움 #사라져가는것들 #따뜻하고정겨움 #유년의기억 #시대의흐름 #섬세하고해학적임
“마음속에 저마다의 고향을 품고 사는 우리에게, 그 시절의 냄새와 소리를 고스란히 배달해주는 편지가 있다면.” 이문구의 『관촌수필』은 바로 그런 편지 다발과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인 여덟 편의 연작 수필입니다. 그 기억의 중심에는 충남 보령의 작은 시골 마을, '관촌'이 있습니다. 작가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관촌은 단순히 지도가 아닌, 흙냄새와 사람 사는 냄새가 뒤섞인 살아 숨 쉬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에는 엄격하지만 손자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할아버지와,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줄 듯 따뜻했던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리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속정 깊고, 때로는 엉뚱하지만 해학이 넘쳤던 마을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살아갑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을지언정, 서로에게 기대어 살 줄 아는 인정과 고유한 멋을 지닌 인물들이었습니다. 작가는 어린 소년의 순수한 눈으로, 때로는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그 시절의 풍경과 인물들을 하나하나 정겹게 되살려냅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 풍요롭던 세계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의 끝자락과 한국전쟁의 상흔을 거쳐, 1970년대 산업화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관촌의 풍경은 돌이킬 수 없이 변해갑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전통적인 공동체의 질서와 가치관은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낡은 것으로 치부되어 사라져 갑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온 고향에서, 작가는 더 이상 예전의 관촌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정겹던 이웃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마을의 모습마저 낯설게 변해버렸습니다. 그가 마주한 것은 지울 수 없는 '고향 상실'의 아픔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울림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작가는 사라져버린 것들을 그저 한탄하며 그리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충청도 특유의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입담과 토속적인 언어를 통해,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복원해냅니다. 그의 글은 곧 기억의 투쟁이자, 잊히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입니다.
『관촌수필』은 한 작가의 개인적인 회고담을 넘어,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진혼곡(鎭魂曲)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한 각자의 '관촌'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비록 모습은 변하고 시간 속에 희미해졌을지라도, 이야기로 남은 고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말입니다.
※ 해당 작품(관촌수필)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