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의식과구원 #인간심리 #선과악 #이성과신앙 #어둡고진지함 #진지하고철학적임
하나의 악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악을 행하는 것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이 위험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무게에 짓눌려 파멸해가는 한 청년의 영혼을 그린, 가장 깊고 치열한 심리 보고서입니다.
19세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둡고 가난한 뒷골목. 법대생이었던 '라스콜니코프'는 극심한 가난과 절망 속에서 자신만의 위험한 사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는 인류가 역사를 이끄는 소수의 '비범한 인간'과 그들의 도구에 불과한 다수의 '평범한 인간'으로 나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과 같은 비범한 인물은 더 위대한 선을 위해 사소한 악, 즉 범죄를 저지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상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사회의 해충과도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이고 그녀의 돈을 훔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은 단순한 강도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가 비범한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하나의 '실험'이었습니다. 그는 차가운 이성으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마침내 도끼를 들어 노파를 살해합니다.
그러나 그의 완벽했던 이론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산산조각 납니다. 우연히 현장에 들어온 노파의 선량한 여동생 리자베타마저 충동적으로 살해하게 된 것입니다. 이 무의미한 두 번째 살인은 그의 모든 명분을 앗아갔고, 그때부터 그의 영혼은 끔찍한 죄의식과 분열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는 훔친 돈을 쓰지도 못하고, 극심한 열병과 악몽, 환각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사람들을 피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죄를 누군가에게 폭로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그의 불안한 심리를 꿰뚫어 보는 예심판사 '포르피리'는 증거 하나 없이 오직 심리적인 압박만으로 라스콜니코프를 서서히 옥죄어 옵니다.
이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그에게 유일한 빛이 되어준 것은 가난 때문에 몸을 팔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여인, '소냐'였습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소냐에게 모든 것을 고백합니다. 그의 끔찍한 죄를 듣고도, 소냐는 그를 경멸하는 대신 함께 아파하며 그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자고 간청합니다. 그녀는 대지에 입을 맞추고 사람들 앞에서 죄를 고백한 뒤, 고통을 통해 죄를 씻으라고 말합니다.
결국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의 말에 따라 자수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습니다. 차가운 시베리아의 감옥에서도 그의 오만함은 쉽게 꺾이지 않지만,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키는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 그의 얼어붙었던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이성적인 이론이 얼마나 오만하고 공허했는지를 깨닫고, 소냐의 베개 밑에 있던 성경을 펼쳐 들며 고통을 통한 구원과 부활의 가능성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죄와 벌』은 한 건의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진짜 무대는 라스콜니코프의 내면입니다. 이 작품은 오만한 이성이 인간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구원은 논리가 아닌 고통과 사랑, 그리고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위대한 진리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