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이상과현실 #광기와열정 #풍자와해학 #우정과여정 #유쾌하고재치있음 #진지하고철학적임
세상이 미쳤다고 할지라도, 나 홀로 정의로운 기사가 되리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낡은 기사 이야기에 미쳐버린 한 시골 신사가 스스로 세상의 모든 악을 무찌르겠다며 떠나는, 가장 위대한 광기이자 가장 순수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만차의 시골 마을, '알론소 키하노'라는 신사는 기사 소설에 너무 깊이 빠진 나머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잃어버립니다. 그는 스스로를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우는 편력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 칭하고, 녹슨 갑옷을 입고 비쩍 마른 말 '로시난테'에 올라앉습니다. 그리고 이웃 마을의 평범한 농부 처녀를 마음속의 고귀한 공주 '둘시네아 델 토보소'로 섬기며, 그녀의 명예를 위해 위대한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여정에는 그럴듯한 보상(섬 하나를 떼어주겠다는)에 넘어가 충직한 시종이 된, 순박하고 현실적인 농부 '산초 판사'가 함께합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주종(主從)이 탄생합니다.
돈키호테의 눈에 세상은 온통 모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거대한 풍차는 사악한 거인으로 보이고, 양 떼는 적국의 군대로 보이며, 평범한 여관은 장엄한 성으로 보입니다. 그는 거인이라 믿는 풍차를 향해 용맹하게 돌진하다 내동댕이쳐지고, 여관 주인을 성주로 착각해 기사 서임을 받으며, 죄수들을 풀어주고는 도리어 그들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세상은 그의 열정을 비웃고, 그의 행동을 어리석은 미치광이 짓으로 취급합니다. 시종인 산초 판사조차 주인의 눈에 보이는 거인과 마법사가 자신의 눈에는 풍차와 양 떼로 보일 뿐이라며 끊임없이 투덜댑니다. 그러나 산초는 이 어처구니없는 주인을 떠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약속받은 섬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돈키호테의 순수한 열정과 꺾이지 않는 의지에 점차 동화되어 갑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돈키호테는 결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는 패배할지언정 포기하지 않았고, 조롱받을지언정 자신의 이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자신이 세상의 불의에 맞서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기사였습니다.
길고 긴 여정의 끝, 그는 결국 '흰 달의 기사'와의 결투에서 패배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돈키호테는 깊은 병에 걸려 자리에 눕고, 죽음을 앞둔 순간 마침내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자신은 기사 돈키호테가 아닌, 시골 신사 알론소 키하노였음을 고백하고 평화롭게 눈을 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그의 곁에서 가장 슬프게 우는 사람은 바로 현실주의자였던 산초 판사였습니다. 그는 이제 제정신이 아닌, 위대한 기사 돈키호테로 남아달라고 애원합니다.
『돈키호테』는 단순히 미친 노인의 우스꽝스러운 행적을 그린 희극이 아닙니다. 이것은 불가능한 꿈을 향해 돌진했던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한 찬가입니다. 돈키호테는 죽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면서도 마음속 이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가장 위대한 기사로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