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죄와구원 #인간의존엄성 #사랑과희생 #사회적불의 #장대하고서사적임 #슬프고무거움
한 조각의 빵이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가. 그리고 한 줄기 자비가 그 영혼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이 거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 남자의 기나긴 인생을 쫓는 대서사시입니다.
굶주리는 조카를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한 '장 발장'. 세상에 대한 증오심만 남은 채 출소한 그에게 세상은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고 냉대합니다. 모두가 그를 외면할 때, 미리엘 주교만이 그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를 베풉니다. 그러나 장 발장은 그 은혜를 배신하고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절망의 순간, 주교는 경찰에게 "내가 그에게 준 것"이라며 그를 감싸주고, 심지어 은촛대까지 덧붙여 건네줍니다. "이 은그릇으로 정직한 사람이 되겠다고 나에게 약속하시오." 이 충격적인 용서 앞에서 장 발장의 얼어붙었던 영혼은 무너져 내립니다.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맹세합니다.
몇 년 후, 장 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기고, 성공한 사업가이자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 시장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주교에게 빚진 선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의 화신인 '자베르' 경감이 그의 정체를 의심하며 그림자처럼 그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억울한 사람이 장 발장으로 오인받아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장으로서의 명예로운 삶과 과거의 죄인으로 돌아가는 길 사이에서, 장 발장은 하룻밤의 처절한 고뇌 끝에 법정에 서서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는 숭고한 선택을 합니다.
그는 다시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죽어가는 여인 '팡틴'의 부탁으로 그녀의 어린 딸 '코제트'를 찾아내 지옥 같은 환경에서 구해냅니다. 이후 그는 코제트를 자신의 딸처럼 키우며, 그녀를 자베르의 추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파리의 수녀원에서 숨어 지냅니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한 코제트는 젊은 혁명가 '마리우스'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시대의 격랑은 그들의 사랑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1832년 6월, 파리에는 혁명의 바리케이드가 세워지고, 마리우스 또한 그 중심에 서게 됩니다.
장 발장은 코제트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총탄이 빗발치는 시가전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곳에서 그는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어깨에 메고 파리의 어두운 하수도를 통해 그를 구해내고, 자신을 평생 추적해온 자베르를 붙잡고도 그를 복수 대신 용서로 풀어주는 위대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자신이 평생 좇아온 '죄'의 화신에게서 '자비'를 경험한 자베르는, 법과 양심 사이의 혼란 속에서 결국 세느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합니다. 모든 것을 바로잡은 장 발장은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조용히 그들의 곁을 떠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미리엘 주교가 선물했던 촛대의 불빛 아래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은 단순히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빵 한 조각에 무너지고, 한 줄기 자비로 구원받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묻는 위대한 인류의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