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현진건 작가

#사회와현실 #이별과상실 #허무하고공허함 #사실적묘사 #비판적통찰 #불안과흔들림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행운은, 때로 가장 끔찍한 비극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 식민지 경성의 궂은 비 내리는 하루를 배경으로, 한 가난한 사내의 절망적인 희망이 어떻게 가장 잔인한 비극으로 끝맺는지를 보여주는 우리 문학사상 가장 슬픈 반어법입니다.

이야기는 음산한 비가 질척이는 땅 위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아침에 시작됩니다. 인력거꾼 김첨지는 며칠째 끙끙 앓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터로 나섭니다. 아내가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당장 약 한 첩, 조밥 한 그릇이 아쉬운 그에게는 아내의 불길한 예언보다 돈 몇 푼이 더 절박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허탕치기 일쑤였건만, 마치 신들린 것처럼 그의 인력거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주머니에 쌓이는 돈은 무거워질수록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그는 애써 불안감을 떨치려는 듯 거친 욕설과 함께 외쳤습니다.

"오늘은 운수가 좋구나!"

하지만 그 외침은 기쁨의 환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려는 필사적인 자기부정이자,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처절한 기도였습니다. 돈을 벌면 벌수록 아내의 창백한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고, 그는 차마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못합니다.

결국 그는 선술집으로 향합니다. 동료와 술잔을 부딪치며 행운을 자랑하고, 목청껏 웃다가도 문득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의 모습은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과 같았습니다. 그 필사적인 지연과 부정의 끝에서, 그는 마침내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 한 그릇을 삽니다. 뜨끈한 설렁탕 국물은 그의 마지막 희망이자,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담은 속죄의 증표였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방 안은 섬뜩할 만큼 고요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내는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김첨지는 일부러 더 거칠게 소리치며 아내를 흔들어 깨웁니다.

"이년아, 말을 해! 입이 붙었어?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그의 거친 욕설은 이내 울음 섞인 절규로 변해갑니다. 아내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따뜻한 설렁탕과 아내의 차가운 주검, 하루 종일 그를 따라다녔던 행운과 눈앞에 닥친 절망적인 불행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운수 좋은 날』은 땀과 눈물이 뒤섞인 돈의 무상함과, 가난이라는 굴레가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지독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은 결국 한 가난한 사내가 흘리는 피눈물 위에서 완성되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비극의 이름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