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용궁부연록) 심연의 이야기
김시습
#꿈과현실 #초월적세계 #예술과풍류 #환상과기이함 #화려하고환상적임 #몽환적
나의 글을 알아주는 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세상 밖에서라도 그를 만나리." 『금오신화』의 세 번째 이야기, 「용궁부연록」은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 선비가 꿈결 같은 용궁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입니다.
개성에 사는 '한생'이라는 선비는 글재주가 매우 뛰어났지만, 알아주는 이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명예를 좇기보다 오직 글 읽기와 시 짓기를 낙으로 삼던 어느 날 밤, 그가 책을 읽고 있을 때 홀연히 두 명의 관리가 나타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용왕의 사자라 밝히며, 용왕께서 한생의 재능을 흠모하여 초대한 것이라 말합니다.
얼떨떨한 상태로 그들을 따라나선 한생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물길이 열리고, 눈부신 수정과 호박으로 꾸며진 거대한 용궁이 나타난 것입니다. 용왕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용궁으로 들어간 한생은, 용왕으로부터 새로 짓는 누각의 상량문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한생은 막힘없이 붓을 놀려 천상의 문장과도 같은 명문을 지어 올렸고, 용왕과 신하들은 그의 글재주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그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용궁에서는 성대한 연회(부연, 赴宴)가 열립니다. 신선들이 마시는 술과 진귀한 음식, 아름다운 선녀들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연회 속에서 한생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황홀경을 경험합니다.
꿈결 같던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용왕은 아쉬워하며 눈을 밝게 한다는 야광주와 같은 귀한 보물들을 선물로 안겨줍니다. 용궁을 나선 한생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자신의 방에 고요히 앉아 있었고, 화려했던 모든 것은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용궁에서 받아온 눈부신 구슬들이 선명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 기이한 경험이 단순한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한생은 세상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는 용궁에서 받은 보물을 팔아 가난을 면한 뒤, 홀연히 속세를 떠나 명산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추었다고 합니다.
「용궁부연록」은 현실에서 좌절한 지식인이 초월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위로받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곧 작가 김시습 자신의 바람이 투영된 것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실망과 예술가로서의 순수한 자부심을 아름답고 몽환적인 필치로 그려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