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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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 이 한 맺힌 절규는,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한 영웅의 서막을 엽니다. 허균의 『홍길동전』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조선 시대 명망 높은 홍판서의 집, 총명한 기개와 비범한 재주를 가지고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몸종이었고, '서자'라는 낙인은 평생 그를 옭아맬 굴레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움 속에서, 길동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화가 되어 계모의 모함으로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되자, 길동은 분노와 슬픔을 안고 정든 집을 떠납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는 자신처럼 핍박받는 사람들을 만나고, 도적 무리를 이끌어 '활빈당'을 조직합니다.
활빈당은 부패한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빼앗아 굶주린 백성에게 나누어주는 의적이었습니다. 길동은 신출귀몰한 도술로 8도 곳곳에 나타나 부패한 권력을 벌하고, 백성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 됩니다. 그의 이름이 조선 팔도에 울려 퍼지자, 조정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결국 조정은 길동의 소원대로 '병조판서'라는 벼슬을 내려 그를 회유합니다. 호부호형의 한을 푼 길동은 더 큰 꿈을 위해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조선을 떠납니다.
마침내 그는 '율도국'이라는 섬에 도착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됩니다. 신분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풍요로운 나라, 그가 꿈꾸던 이상향을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이룩한 것입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는, 온 백성의 어버이가 되어 태평성대를 이끌게 됩니다.
『홍길동전』은 부조리한 시대에 맞서 싸운 한 영웅의 통쾌한 활약상이자, 신분 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혁명적인 이야기입니다.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은, 시대를 넘어 불평등한 현실에 좌절한 모든 이에게 정의로운 세상은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