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

#시간과기억 #사회와현실 #슬프고무거움 #사실적묘사 #비판적통찰 #내면과자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는 상실의 시대를 관통하는 애틋한 질문입니다.

한 소녀의 세상은 온통 싱아의 새콤한 맛으로 가득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너그러운 품이 있던 시골 마을 박적골, 그곳의 산과 들은 소녀에게 끝없는 놀이터였고 지천에 널린 싱아는 평화와 순수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연이 베푸는 무한한 애정이었고, 전쟁도 이념도 닿지 않는 유년의 완전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세계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서울 현저동의 낯선 골목으로 들어서며 첫 균열을 맞이합니다. 싱아를 맛볼 수 없는 삭막한 도시, 셈과 경쟁을 먼저 배워야 하는 그곳에서 소녀는 처음으로 세상의 이질감과 서글픔을 배웁니다. 박적골의 세계가 서서히 멀어지는 것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과의 첫 이별이었습니다.

이내 거대한 포성이 그 이별의 아픔마저 집어삼켰습니다. 1950년, 서울 한복판에서 터진 전쟁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일상으로 파고든 공포와 굶주림,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서로를 겨누는 어른들의 광기는 한 가족의 울타리마저 가차 없이 허물었습니다. 이념의 대립 속에서 숙부는 끌려가고, 사랑하는 오빠는 의용군 징집의 위협 앞에 내몰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덧없는 폭격 한 번에 오빠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던 그 순간, 소녀의 세계 역시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가족의 기둥이자 미래였던 희망이 사라지고, 소녀가 발 딛고 있던 순수의 시대가 영원히 끝났음을 알리는 잔인한 종언이었습니다.

슬픔을 제대로 감당할 틈도 없이, 남은 가족은 생존이라는 가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억척스럽게 살아남아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박적골의 싱아는 이제 아득한 신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소녀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고, 세상은 더 이상 싱아가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비로소 작가는 묻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질문은 사라진 들풀의 행방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순박했던 자연과 공동체를 밀어낸 근대화의 폭력, 한 가족의 단란한 행복을 짓밟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힘을 향한 원망이자, 그 참혹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모든 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애도입니다.

이 소설은 한 개인의 회고록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아픔을 공유하는 우리 모두의 진혼곡이자, 상처를 마주하고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이겨내려는 인간의 위대한 의지를 담은 불멸의 증언으로 우리 곁에 남았습니다.

※ 해당 작품(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