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룡이

나도향 작가

#내면과자아 #사회와현실 #강렬하고격정적임 #비판적통찰 #감정의밀도 #소외와고독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은 때로 말이 아닌,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꽃으로 완성된다.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는 짐승 취급을 받던 한 사내의 가장 인간적인 사랑이 어떻게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피어나는지를 그린, 처절하고도 숭고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언어를 빼앗긴 한 남자가 오직 순수한 마음 하나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강렬하게 묻습니다

삼룡이는 말을 못 하고 용모가 추한, 짐승에 가까운 머슴입니다. 그는 주인 오 생원의 집에서 온갖 멸시와 구박을 받으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일을 해냅니다. 그의 세상은 오직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인간적인 대우나 감정의 교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람이기보다, 그저 부리기 좋은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그의 어둡고 침묵하던 세계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온 것은, 주인이 새로 들인 젊고 아름다운 아씨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모두가 자신을 벌레처럼 여기는 그 집에서, 아씨만은 유일하게 삼룡이를 인간으로 대하며 따뜻한 눈길과 작은 친절을 베풉니다. 그 사소한 온기는 삼룡이의 얼어붙었던 영혼을 단숨에 녹여버리고, 그의 가슴속에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지고지순한 연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의 사랑은 소유욕이나 욕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귀한 것을 지켜주고자 하는 헌신이자, 신을 향한 것과 같은 경건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난폭하고 의심 많은 주인은 아내를 끊임없이 학대하고, 삼룡이는 그 모든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합니다. 말을 할 수 없기에 그의 분노와 슬픔은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한 채, 그의 내면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되어 들끓습니다.

결국 주인의 폭력이 극에 달한 어느 밤, 삼룡이의 억눌렸던 모든 것이 폭발합니다. 그는 주인의 재산이자 억압의 상징인 집에 불을 지릅니다. 그 불길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과 아씨를 옭아매고 있는 이 부정한 세상을 불태워 없애려는 정화의 의식이자, 침묵으로밖에 전할 수 없었던 그의 사랑이 터뜨리는 가장 뜨거운 절규였습니다.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불길 속으로, 삼룡이는 주저 없이 다시 뛰어듭니다. 그의 생의 유일한 빛이었던 아씨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아씨를 품에 안고 활활 타오르는 집의 가장 높은 곳, 용마루 위로 올라갑니다. 세상의 모든 추악함이 불길에 삼켜지는 것을 내려다보며, 그는 비로소 완전한 평온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완성합니다. 그들을 집어삼키는 불꽃은 비극적인 죽음인 동시에,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가장 순결한 합일(合一)이었습니다.

『벙어리 삼룡이』는 짐승이라 불리던 한 사내의 가장 인간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성의 가치가 외모나 신분이 아닌 순수한 마음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삼룡이가 지른 불은, 짓밟힌 영혼이 터뜨릴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도 파괴적인 사랑의 증거로 문학사 속에 영원히 타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