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황순원 작가

#관계와사랑 #이별과상실 #잔잔하고고요함 #슬프고무거움 #상징과은유 #예민하고섬세함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간직한, 그 시절의 빛나는 기억이 있죠. " 황순원의 『소나기』는 그 기억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 논밭 사이를 누비며 자유롭게 자라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그의 일상은 고요하고 단순했지만, 어느 날 도시에서 전학 온 한 소녀가 등장하면서 조용한 들판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소녀는 도시 티가 나는 말투와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처음엔 그 낯설음이 소년에게 거리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소녀의 솔직한 말투와 특유의 천진함은 어느새 소년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었죠.

두 아이는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그저 들길을 함께 걷고, 개울가에서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스레 서로를 놀리던 도중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소나기가 들판을 덮칩니다. 두 아이는 비를 피하기 위해 허겁지겁 짚더미 속으로 몸을 숨기죠. 그 순간, 온 세상은 마치 그 둘만을 위한 공간이 된 듯, 숨소리조차 또렷이 들리는 고요함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말없이 가까워집니다.

비 내리는 짚더미 속, 젖은 옷자락과 따뜻한 온기가 뒤섞이는 그 순간은 어쩌면 평생 다시는 오지 않을, 찬란한 기억의 정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따뜻했던 하루가 지나고 며칠 뒤, 소녀는 갑작스러운 열병을 앓습니다.

소나기를 맞았던 그 날의 비 때문이었을까요. 소년은 그녀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매일같이 그녀의 집 주변을 서성입니다.

들판을 멀리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그녀가 다시 나타나 줄 것만 같은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날도, 그 다음날도 소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소녀는 조용히 세상을 떠납니다.

소년은 말없이 그 소식을 받아들입니다.

울지도, 화내지도 않죠. 그저 텅 빈 들판을 바라보며, 함께 비를 맞던 그날의 기억을 되새깁니다. 소녀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어린 마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소년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짚더미와 들길을 찾습니다

비가 오는 풍경 속에서 그녀와의 시간을 마음속으로 되감듯 되새기며, 이제는 사라져버린 존재와의 조용한 작별을 반복하죠. 그렇지만 소년의 마음 속에, 그날의 햇살과 소나기, 짚더미 속의 따뜻한 온기는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소나기』는 짧은 여름처럼 찾아와,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린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본 적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한 소년의 가슴 속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평생을 살아 숨 쉬게 됩니다.

※ 해당 작품(소나기)은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입니다. 전체 내용은 온라인 서점 또는 전자도서 플랫폼에서 구매 및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